컴 이야기 3

컴 이야기 3

PC8001=젊은 날의 꿈

포켓 컴퓨터에서 BASIC을 접하기 전에 미국에 한 달 갔다 왔다. 지금은 정말 흔한 여행이지만 그 때는 대단했다. 여권이 있다는 것도 대단했고 미혼자는 내보내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뉴욕, 윌밍톤, 워싱턴, 디트로이트, 샌프란시스코, L/A를 거쳐 돌아오면서 PC를 어떻게 보고 사올 수 있을까 생각했다. PC란 말은 물론 없었고 미국에서는 "Home computer"라 부르고 있었다. 아는 사람이 home computer를 갖고 있더라하는 얘기는 들었으나 만난 사람 모두는 이에 대해 전혀 몰랐다. 집에 돌아오기 바로 전인 L/A에서 혼자 열심히 돌아다녔으나 결국은 찾지 못했다. Radio Shake에서도 찾지를 못했다.

다시 일본에 가게 되었다. 한 달 학원에 등록하고 반은 빠지면서도 초급, 중급 일본어를 대충했다. 초급 과정이나 초급 과정 끝나고 계속해서 중급도 그냥 들었다. 기분 좋은 것은 이 후 지금까지도 히라가나를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문자가 아닌 음으로만 아는 것이다. 일본 후쿠오카에 처음 가서는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했지만 하루에 몇 단어씩 배워 2달 후에 돌아올 때는 잘한다고 칭찬 받았다. 일본어로는 알고 있으나 우리나라 말로 뭔지도 모르는 말이 많았다. 이러한 사실은 외국어를 배우는 좋은 방법을 보여주는 자그마한 예로 생각되어 왔다. 영어도 이랬으면.... 영어 회화하면서도 지금도 학교, 학원에서 책을 들고 있으니, 이를 갖다 버려야지 될텐데....

여기는 나에게는 상상이 실제가 되는 그런 천국이었다. 전자 백화점에 가면 많은 컴을 구경하고 만질 수 있었다. TV와 잡지, 책에서는 "빠스콘"이 살아 움직였다. 개인용 컴퓨터, Personal Computer라 해서 줄여 빠스콘으로 불렀다. NEC PC8001이 보급형으로 가장 널리 알려졌다. 이 8비트 컴을 16.5만엔 그러니까 지금 환율로는 약 170만원을 주고 샀다. 모니터는 없이 변환기를 써서 TV에 연결하여 사용했다. 독신자 아파트에서 같이 지낸 일본 사람도 이게 뭔가 하였다. 우리나라에선 프로 야구가 출범하게 되었던 때였다. 지금도 생생한 선전 문구는 "時代わ 16 びと" NEC의 PC9001 시리즈와 벌써 16 비트 시대가 된 것이었다.

돌아 올 때 도트 프린터도 하나 샀다. 한국에 알아보니 컴퓨터를 몰라 과연 통관이 가능한지 걱정이 크다. 생각 끝에 분해하여 가지고 가기로 했다. 프린터는 우편으로 보내고, 컴은 분해하여 칩은 은박지에 사서 주머니에 넣고 주기판과 껍데기는 들고 갔다. 관세가 문제가 아니라 컴을 모르면 통관이 안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커서 그런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되었다. 컴은 그냥 들고 나왔으나 나중에 도착한 프린터는 관세를 물게 되는데 가지고 간 영수증은 소용도 없이 국내 가격을 알 수 있는 견적서를 갖고 와서 30%가 하는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청계천 전자 상가에 가서 "희망 전자"에서 견적을 받아 관세를 납부했다. 이 때 청계천 상가에서는 애플 컴퓨터와 조립식 8비트 컴이 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