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자주 다니던 산도 가을, 겨울이 되자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러나 어디를 가더라도 친근함이 있고 산에 오르는 것을 항상 즐거웠다. 겨울이 되면 도 거의 매일 오르지 않을까 했으나 그렇게 되질 못했다. 겨울에 아들과 이수봉으로 오르다 정말 미끄러워 죽을 뻔(?) 했던 일(엄청 위험함, 다음부터는 넓고 양지바르고 사람 많이 다니는 길이 겨울에 다니는 길로 알게 되었다), 눈과 얼음길을 밝으며 끝없이 걸어 내려 왔던 일. 만경봉을 돌아오는 길이 얼어붙어 조마조마 했던 일, 벌벌 떨며 미끄러지며 내려온 일(미끄러운 운동화를 신고서)
겨울을 지나며 웹서버 프로그래밍에 빠져(Linux-Mysql-PHP)(?) 산은 잊어버리고 거기서 지금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운 청계산행!
8/28(수)
개강 후는 수요일에 산에 오를 수 있다. 오늘부터 수요일에 오르는 습관을 기르자.
관현사로 올라 옆길로 올라 옛골에서 올라가는 길과 합쳐져 매봉 行, 매봉 지나 옆 길로 옆길로 하산, 대피소에서 관현사 길로 하산, 깊은 계곡에 큰 나무들, 아래는 시골 길(산길이 아니라). 마을 버스 타다. 산에서 보니 도토리가 익어 떨어지고 있었다.
8/31(화)
6일만에 관현사 길로 오르다. 0분 : 입구, 10분: 갈림길, 25분: 대피소, 35분: 4갈래, 38분: 헬기장, 공수부대 기념비, 샛길 , 53분-55분 다시 돌문바위 - 매바위 - 매봉- 체조하고, 하산.
물 뜨고 다시 위로, 옛골 갈림길(청계 삼거리)에서 관현사 방향으로 하산, 통나무 계단, 샘, 돌 길, 입구
오를 때 큰 파리가 귀찮게... (처음에는 작은 파리가 나타나더니)
9/5(일)
이수봉으로 올라 과천 청계사를 들러 의왕시로 내려갈려다 '한번이라도 가봤던 길로 가야지 괜히 고생하지 말고'하는 생각에 다시 산길로 올랐다. 과천 매봉을 지나서 문원동으로 하산하였다. 한 3.5시간 정도인가... 계속해 과천 청사 전철역까지 걸어가서 전철 타고 돌아왔다.
9/9(목)
매봉 올랐다 내려오면서 물 떠가지고 오다. 여름 내내 우리 집은 좋은 약수만 먹었다. 이제는 다시 사 먹거나 끊여 먹는다.
9/11(토)
늦었지만 오늘 아니면 며칠 못 갈 것 같아 나섰다. 78-1번 버스는 빨리 왔다. 종점 옛골에 도착하니 9:51분. 버스가 하도 위험하게 달려 몇 마디하고 내렸다. 계곡 길을 오르기로 했다. 구름은 많으나 햇빛은 나타났다 없어졌다 한다. 길 옆 작은 논에는 벼가 익어가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개울을 건너 큰 잎을 자랑하는 토란 밭을 지나니 등산로 입구가 나왔다. 10:00 였다. 넓고 평탄한 길가에는 붉은 꽃, 노란 꽃, 흰 꽃이 어울려 피었다. 날은 선선하고 공기는 신선하다. 새와 벌레 소리가 시끄럽고 잠자리 몇 마리가 날아다니고 있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10:07, 세 장승을 지났다. 오르내리는 3-4 명의 등산객이 보였다. 어릴 적 소풍가는 마음이 든다. 설레는 기대감 같은 것. 10:09, "물이 차면 이 다리로 건너세요"라는 팻말이 있어 통나무 다리를 건너지 못하고 돌 징검다리로 개울을 건너 오른쪽 올라가 계곡과 멀어지는 듯하다. 그러나 10:10 다시 계곡이 나타나며 개울은 왼쪽에 흐른다. 10:13, '뫼 오름 쉼터'를 지나 15분에 약수터에 도착했다. 먹을 물을 받자마자 다시 올랐다.
11/3
긴 바지를 입고 나섰다. 1주일 전 만해도 반바지 차림으로 산에 올랐었다. 계절은 역시 흘러가고 있었다. 관현사 입구에서 내려 산을 올랐다. 비교적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빨간 단풍잎도 노란 은행잎도 없는 누런 갈참나무 나뭇잎이 수북히 쌓여 있다. 며칠 전에도 나뭇가지에 붙어 있던 나뭇잎이 이제는 다 떨어져 나무에는 파란 잎사귀 몇 개만 제외하고는 거의 남은 잎사귀는 없었다.
낙엽을 자박 자박 밟으며 오르니 이제는 다 떨어져 나무에는 거의 남은 잎사귀는 없었다. 낙엽을 자박자박 밟으며 오르니 "낙엽을 태우면서" 수필 중의 구절과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밝는 발자국 소리가. 낙엽은 이끼와 .. 덮고 있다"하는 구르몽의 시귀가 떠오르는 늦가을 정감이 물씬 풍기는 풍경이었다. 통나무계단을 힘 드려 올라 청계산 쉼터에 이르러 옆길로 오를까 계속 통나무 계단으로 가파르게 오를까 생각하다. 덜 가파른 사잇길을 많이 올라 이번에는 가파른 길로 오르기로 했다. 열심히 올라 휴게소 고개를 넘어섰다. 나뭇잎이 다 떨어지니 나무사이로 발 아래에 시가지가 잘 보였다. 마치 나뭇가지들을 투명 바탕으로 하고 그 위에 도시 모습을 그린 것 같다. 이제는 "겨울나무" 노래가 떠오른다. 진흙 마당을 한 헬기장에 도착하니 얼음이 얼었다 녹은 것처럼 땅이 축축이 적어 있다. 걸어가니 미끌미끌하다. 다시 매봉으로 오르는 길에 길옆 그늘진 곳, 기슭에 맨 땅이 노출된 곳에는 허연 얼음이 보였다. 서릿발이다.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 먹으며 보는 얼음이다. 자연에서 생각지도 않게 보니 흥분이 되고 신기할 뿐이다. 집에 와서 이야기하니 집사람이 사진이라도 찍어 왔으면 하는 말이니 정말 신기하다. 매봉에 올라 체조를 하고 바로 내려 왔다. 얼음이 꽤 크고 많다. 몇 개 가지고 갖으면 하는 마음이다. 위에는 바람이 세고 낙엽도 바닥에도 거의 남아있지 않다. 밝히고 찢기고 흩어져 조각조각만 남아 있다.
겨울이다. "나무야 나무야 겨울 나무야 눈 쌓인..." 옛골로 내려오다 중간에 샘터에 들러 물은 떠 왔다. 오랫동안 보이지 않던 "뱅뱅사거리 아저씨"가 열심히 쓸고 있었다. 전에 바람과 비로 낙엽이 엄청 쏟아졌다한다. 하얀 자갈을 사다 놓았는데 어떤 사람이 가지고 갔다고 안타까워했다. 청소하러 갔다놓은 물통도 없어졌다한다. 나는 물 떠오면서도 항상 미안한 마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