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더 멀리

이수봉, 국사봉을 거쳐 운중 저수지, 한국정신문화원으로 내려오기도, 국사봉을 거쳐 금토, 벌토로 가기도 했다. 물론 과천으로 내려가기도 하고. 아무도 오지 않았던 곳을 탐험하는 기분이랄까. 흥분과 신비와 화성을 가고 있는 듯한 착각이라면 너무 한 것일까?

듣어보지도 물어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가보았다. 발 닿는 데로. 비록 작은 곳으로 볼 수도 있으나... 나로서는 큰 바다 같았다.


국사봉에서 혼자 사진 찍을려고 급히 돌아가는 모습이 찍혔다.
앞으로 내려가면 운중 저수지 쪽이고 왼편으로 가면 벌토 쪽이다.
오른편이 걸어온 것으로 이수봉, 매봉으로 이어져 있다.

8/19(목)42일째

옛골에서 하천을 따라 이수봉 길로 오르기로 했다. 그제 만난 학교 선생이 가르쳐준 길이다. 하천 옆으로 난 아스팔트 길을 따라 올라가니 낚시터로 연결되었다. 이 낚시터는 내려오면서 들리는 곳인데? 아닌 것 같다. 바로 전에 하천을 건너 산으로 난 길로 올라갔다.

등산로 입구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하나 서 있다. 들어서니 길도 넓고 평탄하여 아이들과 시간 보내기는 좋을 듯 싶다. 오른 편에는 계곡 물이 흐르고 길 중간 중간에는 작은 마루도 만들어 놓았고 앉을 통나무도 있었다. 8분 정도 가면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보였다. '청계장군'은 작게 만들었다. 거기서 2분 지나면 '오름 쉼터'가 나오고 5분을 다시 더가면 '장수 샘물터'가 나타난다.

3분 지날 때, 즉 입구에서 약 18분 경과하면 오르막길이 시작되는데 경사가 점점 급해진다. 10분을 올라가면 산등성이에 다다른다. 오른쪽으로 높은 산과 오르는 길이 보이는데 이리로 오르면 이수봉에 다다르게 된다. 20분을 경사가 큰 계단과 길을 오르면 소나무에 '이수봉'임을 알리는 작은 나무 팻말을 볼 수 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여기서 모여 웅성이고 있었다.

이를 지나 1-2분이면 이수봉, 하오고개, 석기봉의 세 갈래 갈림길이 나온다. 석기봉 쪽으로 능선을 따라 조금 가면 다시 갈림길로 앞으로 가면 과천-매봉으로 가는 길이다. '매봉 과천'으로 써있어 매봉으로 가는 길인 줄 알고 갔다가는 다시 뒤돌아 왔다.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옛골(석기봉, 매봉, 마왕굴)로 가는 길이다. 내리막길이 끝나고 공터가 나오고 이를 지나면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앞에 가는 할아버지에게 '매봉 가려면 왼쪽으로 꺽어져 내려 가야하는데, 그 지점이 이 근방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더 올라가라'고 말한다. 할아버지를 앞질러 열심히 올라갔다. 그랬더니 끝에는 다시 산을 오르는 아스팔트길 끝인 공터가 나오고 이 곳이 바로 전에 매봉에서 왔던 곳이다.

이제는 알겠다. 왼쪽으로 꺽어져 내려갔다. 곧 바위와 좁은 길로 만경대를 옆으로 돌아가는 길이 계속되는데 가기가 만만치 않다. 뒤에서 나는 발자국 소리에 선두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돌아 '혈읍재'로 갔다. 한숨 돌리고 넓어진 능선 길을 따라 매봉으로 향하는데 그 노인이 빠르게 다가오며 지나친다. 거의 뛰다 시피 간다. '노인네가 배낭도 매고 왜 그리 빠르냐'고 묻자 오히려 '나처럼 빠르게 걷는 사람은 못 봤다'고 한다. 노인을 쫓아 헉헉거리며 매봉에 올랐다. 노인은 다시 매봉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여기서 체조를 하고 앞발차기를 한 후 옆길로 산을 내려 원지동으로 내려갔다.

8/21일(토)44일째

오늘은 옛골에서 능선을 타고 이수봉으로 오르기로 했다. 8시 35분에 옛골에 도착하여 고속도로를 밑으로 지나 개천을 따라 조금 가다가 개천을 건너 능선으로 향했다. 도중에 웬 아줌마가 토마토를 하나 먹어보라고 건네 배낭에 넣고 올랐다.

45분에 산길 시작. 몇 분 오르다 오른쪽으로 꺽어지며 산등성이를 타기 시작. 58분부터 더 가파른 오르막길, 중간에 내리막길도 있지만 계속되는 오르막길이다. 9시14분에 많이 올라간 곳에 막걸리 파는 곳이 있었다. 음료수 천 원에 막걸리 2 천원, 여기가 고비인데 쉬어가야지 하는 사람들의 소리를 뒤로 '휭' 하니 지나쳐 신나게 올랐다.

9시 32분 이수봉 정상에 도착, 여기에도 막걸리 파는 사람이 있다. 이를 지나쳐 내려가 매봉으로 내려가는 공터에 9시 56분에 도착했다. 여기서 올라가는 길을 따라 석기봉 바위에 오르니 10시 1분, 위험해 보이는 큰 바위가 뽀족히 올라온 곳이다.

조심하는 게 좋을 듯, 올라서니 과천시, 대공원, 경마장이 한눈에 내려 보인다. 이렇게 시원한 곳은 이 근방에는 없다. 웬 아줌마 둘이 바위에 누워있어 빨리 내려왔다. 마왕굴 샘에서 물 마시고 토마토 씻어 먹고 혈읍제로 와서 그냥 아래 길로 내려왔다. 물론 이 길은 '약초샘터'로 가는 길이다. 물 2병을 떠가지고 돌아왔다.

8/25(일)45일째

오늘은 사람이 많기에 물 떠오기도 힘들어 아침을 천천히 먹고 아무 것도 갖지 않고 길을 나섰다. 78-1번 버스는 갈수록 사람이 많아져 운전사는 "안으로 더 들어서세요!"하는 말도 곱게 들리지 않고 정거장에는 타지 못하고 다음 버스를 또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휴가도 끝나고 마지막 휴일을 가까운 산에 오르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날씨는 흐려 알맞은 날씨이다. 아무래도 이수봉 쪽이 사람이 덜할 것 같아 옛골 종점에서 내렸다.

막걸리를 매고 올라가는 소를 보았다. 이수붕 위에도 막걸리를 판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매봉으로 막걸리를 매고 올라가는 사람을 둘 보았다. 얼첨 땀 흘리며 올라가는데, 한 사람이 두 통식 매고 올라가던가 했다. 매봉 아래에서 역시 팔고 있다. 이수봉을 막 지나는데 누군가 아는 분이 앉아 있는 것 같아 보니 전 회사에서 같이 근무한 김부장(이제는 전무인가 하지만)이었다. 산에 자주 올라가는 것으로 알았는데 여기서 보다니...

이번에는 석기봉, 매봉 쪽으로 가지 않고 직진하여 청계사로 내려가 한바퀴 둘러봤다. 다시 산 위로 올라 과천 매봉을 지나 과천시 문원동으로 내려왔다. 과천역에서 집으로 오니 모두 4시간 반정도가 걸렸다. 과천 매봉에서는 과천 공원이 더 가까이 오른편에 보인다.


오른쪽에 과천 대공원이 내려다 보이고
바로 앞에 보이는 작은 산이 과천 매봉이다.
물론 저 멀리 보이는 큰 산은 관악산이다.

이제부터는 개강 준비해야지 산은 이제 적당히, 굴러 내려가는 도토리..

44일째 그만 오려고 하니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어딘가 멀리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사람 같다. 그러나 오늘은 다소 담담하다. 정말 무덥고 지겹다는 여름 잘 보냈다. 산에만 오면 다 흘리고 올라가면 얼마니 시원하고 가슴 탁 트였던가.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느낌을.

몇 년을 산에 다녀야 살이 빠진다더니 무료 8kg 이상이 빠졌다. 허리가 날신하여 전에는 입기 힘들던 바지가 오히려 헐렁했다. 이 승리감, 기쁨, 즐거움.

그러나 지금(2000년 4월 말 정도)은 '아 옛날이요!'를 외치니 아, 정녕 일장춘몽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