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淸溪山行

1. Prologue(前記)

1999년 여름 7-8월에 꼬박 45일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가까운 청계산에 올랐다.

매봉 정상에 오르는데 약 1시간, 좀 있다 내려오면 1시간, 모두 2시간 거리이다. 빠르게 가면 시간반이나 조금 더 걸린다. 이리 저리로 돌아다니거나 더 먼 국사봉 쪽으로 빠져 나가거나 과천으로 나가면 2-3시간 걸리기도 한다. 하여튼 나한테는 딱 알맞는 코스(시간과 난이도, 가까운 곳)이다.

안개(구름?)가 심하여 앞이 않보일 때, 비가 주룩주룩 내릴 때, 바람 소리가 "쌩쌩-" 나며 나무가지를 마구 흔들 때 더욱 기분이 좋았다.

청계산 아래 마을 원지동에 형님 댁이 있어 전부터 자주 갔던 곳이다. '매봉' 정상에는 세 번정도 올랐을까. 대부분 아래 계곡에서 애들과 올랐다 내려 왔었다.


형님 댁, 앞으로 올라 가는 길이 청계산 가는 길이다.
1층은 음식점으로 전에는 형수님이 했었었다.

산에는 원래 잘 가지도 않았고 가도 정상까지 오르는 일은 거의 없었다. 대학 시절에도, 회사 다닐 때도 그랬다. 특히 회사에서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산행을 했는데 늘 이러 말이 나왔다. "왜 노는 날 가냔 말야! 회사를 위해 단결하려면 평일에 가야지..."

7월 첫째, 둘째 주는 정말 신경질이 날 정도였다. 날씨는 더워지고 중간고사 채점가지 밀려 기말시험과 같이해서 성적처리 하려니 죽을 맛이다.

우리나라 낚시 게임(1) 생각이 난다. 사무실이 산처럼 쌓인 서류더미에서 땀을 흘리며 고생하는 우리의 주인공 아저씨, 배는 좀 나와 보이고(?) ... 이때 울리는 전화벨 소리... "띠리리링------ 띠리리링-----... 장면은 바뀌어 시원한 강가이다. 잠자리가 소리내며 지나가고 물고기는 "퐁퐁" 띄어 오르고, 어디선가 낮 익은 개구리소리... 쨘! 낚시광 I(또는 II).

드디어 허리를 피고 마음을 펴고 뜨거운 햇살아래 나설 수 있게되었다. 어디로 하여튼 가자! 아, 청계산에나 가보자. 집사람과 둘이서 조용히 오붓히 가까운 산을 찾았다. 이렇게 '청계산행'은 시작되었다.

1998년 여름은 클론의 "궁따리 샤바라" 노래로 시원히 보냈었는데 1999년 여름은 청계산때문에 시원히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