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7.14(토)

오늘부터 30일간 산행이 시작되었다.

아침 6시경에 일어나 청계산으로 갔다. 역시 "언제나"처럼 아무리 일러도 벌써 내려오는 사람이 있다. 혹 오르다 숨차면 어쩌나 생각했으나 쉽게 정상에 올랐다.

2001.7.15(일)

비가 무척 왔다. 엄청 내려오는 물, 폭포 같다, 탁류가 생각난다. 흙탕물이 우레 소리를 내며 쏟아져 온다. 길을 가로질러 흐르는 여러 물줄기도 홍수임을 알게 한다.

2001.7.16(월)

물은 많이 줄어 많이 맑아진 물이 흐른다. 아직도 많이 흐르지만 물은 많이 깨끗해졌다.

2001.7.19(목)

관현사 쪽으로 올랐다 내려왔다. 버스가 너무 늦게 와 서둘러 집에 돌아가려니 가장 바른 코스를 택했다. 논현역 정류장에서 6시21분에 탔는데 돌아오는 버스에서 시계를 보니 8시 26분이었다. 1시간 40분 정도 걸린 모양이다(올랐다 체조하고 다시 내려오는데)

2001.7.22(일)

늦게 일어나 다소 늦게 산에 올랐다. 일요일이라 사람이 붐빌까봐 "옛골"로 가서 오봉제로 해서 이수봉으로 올랐다. 산길 입구에 새로운 음식점이 자리 잡았다. 한 10분 오르니 약수터와의 갈림길이다. 조금 올라가니 밑에서 부지런히 따라오는 사람이 있다. 초 강행군으로 이수봉에 올랐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음을 느낀다. 부하율이 최대까지 간 것 같다. 마치 잠수함이 깊은 곳으로 잠수했다가 느끼는 산소 부족과 함체에 걸리는 수심을 느끼는 듯하다. 헉헉거리며 온 몸이 높은 압력을 받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그러나 잠시 내리막길이나 평지를 만나면 잠수함이 잠시 수면 위로 부상한 듯하다. 빨리 산소를 들이마시고 보충하고 강한 수압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느끼고, 기력 회복하여 다시 계속되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다시 부서질 듯한 깊은 바다로 잠수하는 것이다.

이수봉에 가까이 가니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2년 전 태풍 올 때 매봉 오른 것이 생각난다. 나무가 쓰러질 듯 휘었다가 다시 서고 곧바로 쓰러질 듯 다시 휘고, 소리는 획획거리며 나뭇잎은 자지러질 듯 파르르 떨고 바닥에는 떨어진 나뭇잎과 작은 가지들...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참으로 대단하다. 한 걸음 내 디딜 때 중심을 잡지 못하니 쓰러질 듯 싶다. 정상에서 체조하고 잠시 쉬었다 내려오니 역시 기분은 상쾌하다. 올라갈 때 고통이 크면 클수록 내려올 때의 상쾌함과 만족감은 더하고... 땀 흘린 만큼 갈증이 심하여 서둘러 샘터로 내려와 숨 찬 중에도 벌컥 들이키니 걱정, 근심이 무엇이더냐?

2001.7.23(월)

5시쯤에 집으로 와 빨리 옷 갈아입고 산으로 갔다. 원지동으로 올랐다. 경쟁하지 않고 늦으막 하니 혼자 천천히 오르니 속이 편하다. 숨 찰 것도 없었다. 아직은 날파리가 한 두 마리 뿐이니 신경 쓰일 일도 없다. 중간 지점인 고개쉼터까지 올라 늘 하던 대로 머뭇거림 없이 계속 올랐다.

그런데 오늘따라 이렇게 다리가 아프고(?) 꽤가 나고 오르기가 정말 싫었다. 왜 오르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매봉에서 체조를 하고 헬기장에서 옛골로 방향을 돌렸다. 물 떠오려고 빈 물병 3개를 가져왔다.

내려가는데 역시 올라오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늦지 않았냐고 묻고 싶은 걸 지나쳐 내려왔다. 아직 7월이니 해가 더 길 것이다. 약수샘터인가 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온다. 전번 가뭄 때는 물이 정말 졸졸(방울방울) 나왔는데, 여러 번 다녀도 이런 적이 없었다. 너무 차이가 심해 이해가 되질 않는다. 2-3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시간 체크 한 적도 있는데... 3병을 짊어지고 내려오니 산아래 집들에 불들은 켜지고 집에 오니 저녁 9시가 다 되었다.

2001.7.25(수)

오늘 아침에 산에 가야한다. 깨어보니 3 시 반 다시 잠을 청하니 잘 오지 않는다. 다시 깨니 5시, 다음엔 6시, 6시15분, 30분, 35분 또 깨니 45분. 물 떠올 페트병을 찾으니 2개밖에 없다. 배낭에 넣고 갔다. 비는 올 듯 말듯하나 그냥 갔다.

2001.7.29(일)?

오전에 신길동 집에 갔다 점심 전에 돌아왔다. 집에서 점심을 늦게 먹고 청계산으로 갔다. 비 맞고 신발 젖어 오는 게 너무 싫어 그냥 아파트를 10번 오르내릴까 생각도 했으나 가야했다. 찬비가 멈추고 날씨는 햇빛이 비치며 맑아져 우산을 가지고 가지 않으려다 "유비무환"으로 작은 우산을 챙겨 넣었다.

버스 정거장에 가니 비가 오고 역시 우산을 잘 가져왔어 하며 자리에 않아 조는데 햇살이 강하게 내려 쪼였다. "아, 탈 때는 날이 흐리어서 햇빛 비치는 쪽이 어딘지 신경 쓰지 않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에 오르니 조금 비가 오는 듯 마는 듯하다.

나를 앞지르며 빠르게 오르는 사람을 멍하니 보며 나는 나대로 가면 되지 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느리게 오르는데도 그렇게 힘들고 피곤하다. 잠이 아직 깨지 않은 듯 몸이 몽롱하다. 산에 가는 게 즐겁지 않고 의무가 되었으니... 무거운 발과 몸을 끌고 중턱에 올라 여느 때와 같이 누각을 쳐다보지도 않고 옆길로 다시 올랐다. 여기를 오르면 반 온 것이지만 사실상 힘든 것은 다 끝난 것이다. 정상이 점점 더 가까워짐에 따라 처음과는 달리 점점 쉬워져야하는데 그런데 오늘은 여기서부터도 계속 힘든 것이다. 정상에 도착하는 순간도 그렇고 정상에서도 기분이 그렇다.

아이스케이크 박스가 보이고 여기서도 "께끼"를 파는구나. 여느 때처럼 맨손체조를 하는데 바람이 강하게 불기 시작하며 굵은 빗방울이 내리치기 시작한다. 서둘러 체조를 마치고 바로 내려갔다. 또 우산을 쓰면 조금 가다 어느 틈에 그쳐 다시 우산을 접어야 했다, 고개 쉼터를 거쳐 관현사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목이 마른 데 조금 아래에 샘터가 있기 때문이다. 샘터에서 헉헉거리는 숨을 가다듬기도 전에 물을 하나 가득 마시고 가져온 페트물병에다 물을 받는 데 갑자기 어두워지며 강한 아주 강한 소나기가 몰아친다. 우산을 써도 다 젖는 그런 비바람이다. 잠시만 비를 피해 있어도 되겠는데 여기는 그런 곳이 없다. 고개 쉼터에서 이 비를 피했으면 좋으련만... 방법은 빨리 내려가는 길뿐.

서둘러 배낭을 메고 우산을 쓰려다 그제와 같이 손을 또 날카로운 우산살에 비었다. 그제는 왼손은 오늘은 오른손을. 싼 게 비지떡 정도가 아니라 사람 잡을 정도이니. 작기는 너무 작아 보슬비 때는 좋겠고 잘 펴지지도 않고 펴면 곧 접히는 그런 우산이다. 물론 산지 1주일 정도이고 산 곳은 전철에서 중국산이지요. 한달 전인지 역에서 우산을 접은 채 놓고 바로 역에 연락했으나 찾지는 못했다. 우산 잃어버리는 걸 당연지사로 알고 지내온 나와 우리 집사람이지만 그래도 이번은 오래간만이라 이것을 사서 보충(?,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빨리 없애려고)하려는 심리가 있었다. 아! 버리고 싶으나 남이 가져가 다칠까봐 버리지도 못하고... 언젠가 그 우산장수에게 돈을 줘가며 돌려줘야지 하는 마음이다(나중에 아파트 쓰레기장에 버렸다).

내려갔으나 역시 오는 비는 다 맞고 배낭은 젖고 발도 젖고 '찌뿌둥'하여 내려와 불편한 거북한 젖은 꼴로 집에 돌아갔다. 이날은 정말 "맑았다 비 왔다"를 수없이 반복한 날이었다.

2001.8.4(토)

11 시경에 산에 올랐다. 엄청 더운 날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고 머리가 아픈 그런 날이다. 산에 가서 땀을 내는 게 낫다 싶어 올랐다. 조그만 계곡에는 애들을 데리고 나온 사람들로 제법 붐볐다. 기운차게 올라갔다. 오늘은 전 번과는 다르게 힘이 나고 오르는 게 즐겁기까지 하다. 처음 연속 산행할 때와 같다. 의무감이니 뭐니 하며 요 며칠은 오르기 힘들었는데... 앞 사람은 제치면서 신나게 땀을 흘리며 올랐다. 다리가 뻐근하고 숨이 헉헉 나왔으나 기분은 좋았다. 매봉에 오르니 사람이 너무 많아 체조할 수 없다. 아이스케키 파는 사람은 오늘도 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곧 내려갔다. 계단을 두개씩 밝으며 날라가듯 오르는 사람이 있다. 힘이 넘치는 걸 주체 못하는 듯 아니 남에게 보이지 않을 수 없는 듯 하다듯 나도 힘이 남아 뛰어 오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느라 힘들었던 적도 많았는데... 관현사 길로 내려와 약수터에서 물 먹으니 갈증이 가셨다. 체조를 여기서 하고 물을 담고 세수를 하니 물이 꽤 차다. 땀이 흘러 와이셔츠를 모두 적셨다. 땀 범벅이 되어 내려왔다. 오늘은 기분도 좋고 뱃살도 빠지는 느낌이 든다.

2001.8.6(월)

짝수 날이 산에 가는 날이다. 아침 일찍 눈이 떴으나 피곤하여 다시 잤다. 7시 반경에 일어나 오늘은 오후에 갈까 아파트 13층을 오르내리기 할까 하고 고민하다 그냥 아침에 가기로 했다. 계곡 물은 많이 줄고 맑아졌다. 전번보다 오늘은 더욱 기운이 난다. 씩씩하게 올랐다. 중간에 땀도 딱지 않고 쉬지도 않고 한 걸음에 올랐다. 조금 다리 아프고 숨 찬 듯했지만 힘들거나 하지 않았다. 드디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인가? 전에 산에 오르던 그 체력이 나온 것일까? 오늘은 전번과 달리 사람이 거의 없다. 아이스케키 장수도 없다, 덕분에 맘 편히 체조하고 내려왔다. 내려오다 보니 가파른 거의 마지막 계단을 몇 칸씩 마구 뛰어 오르는 노인이 있었다. 절로 건강하십니다라는 인사말이 튀어 나왔다(무리하는 건 아닌지 항상 괜찮다가도 한번만 삐끗하면 ) . 다 내려와서 집에 오는 길도 기분도 상쾌하다.

오늘은 듣기 싫은 산행 소음으로 가장 일반적인 총소리, 헬기 소리, 아줌마 소리, 야호 소음, 날파리 소리가 다 났으나 오늘따라 아저씨의 야호 소리가 가장 피곤했다. 스트레스를 뱉어내는 소리, 생각만 해도 괴롭다. 그 사람은 좋겠지만 듣는 사람은 스트레스 정말 이해를 못하겠다. 맨 날 저 소리를 들으면 절로 '미친 놈' 소리가 난다. 국민(?) 수준이 저러하니 전에 거북했던 총소리, 헬기 소리, 아줌마 소리마저 괜찮아 보인 날이었다.

2001.8.8(수)

아침에 산에 가기가 망설여진다. 오후에 갈까? 달리기로 저녁에 대신할까? 그냥 나섰다. 산에 오르며 이 생각 저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수건도 일부러 갖고 오지 않았는데 정상에 오르도록 이러 저런 생각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손으로 씻어내며 올랐다. 힘이 드는 줄, 숨이 차는 줄도 모르고 발은 자동으로 여기 저기를 디디며 절로 올랐다. 정말 완전히 원상복구 된 것이다. 전에 한참 오를 때처럼...

매봉에는 안갠지 구름인지 뿌옇고 숨을 쉴 때 빨려 들어오니 기분이 상쾌하다. 생각은 전번 산행 대 생각했던 환경과 유전자가 하나다라는 것과, 컴퓨터, 요즘의 CTI, 생물, 하여튼 시공을 넘나드는 수많은 생각을 곰곰이 새겨가며 갔었다. 아 지금 하나가 생각났다. 어렸을 때 본 새로운 카드 게임이란 책에서 여러 카드 게임이 창조되었다. 또 바둑을 평면 아닌 입체로 하면 어떨까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좀 힘들고 구 모양의 겉 평면이나 원통 모양의 겉 평면에 바둑을 두면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평면이지만 이어진 평면이다. 원통의 경우는 네 귀가 없고 두 변만 존재한다. 구를 평행선 분할하면 4귀가 생길 것 같다. 변은 없을 것 같고. 두 중앙이 존재하고... 장기는 바둑처럼 모두 갖고 있다가 경기를 진행하면서 하나 씩 아무 곳이나 놓게 한다. 왕(궁)을 먼저 놓아야 하며 다른 것은 순서가 없다. 다 놓고 나면 보통 장기처럼 움직여 싸우게 된다. 더 멋있는 생각이 많았는데 하루 지나 쓸려니 어디론가 숨었다.

2001.8.10(금)

아침 일찍 산에 갔다. 그제 산에서 생각하던 것이 어제 생각나지 않기에 다시 생각해봤다. 게임 이야기... 새로운 카드 게임 책에서 보면 체스를 방법을 달리하여 두는 것이 생각났다. Drawer는 상대 말에 붙었다가 떨어지면서 잡는 것이고 Coordinator는 두 개가 한 쌍이 되어 그 좌표에 걸리는 말을 잡는다. Immobilizer는 붙으면 상대 말은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Grass-Hopper도 있어 우리나라 장기의 포처럼 적을 뛰어 넘어가며 잡는다. 전 번에도 보았는데 올라가는 초입에 자그만 밤송이가 몇 개 떨어졌다. 아주 진한 녹색에 조그만 해 귀엽기까지 하다. 오르다 보니 도토리도 떨어져 있다. 이 생각 저 생각하며 저절로 정상에 올라 체조하고 내려왔다.

2001.8.14(화)

날씨가 흐렸다. 산을 보니 구름인지 안개인지로 덮여있다. 오르는데 습기로 땀이 엄청 나온다. 손으로 닦으며 올랐다. 허연 안개(구름?)를 마시며 정상에 올랐다. 바로 앞의 만경봉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발 앞에만 보이나 이도 답답하지 않고 지극히 정상적인 거 같다. 세상이 이래도 큰 문제는 없겠다 싶다. 보이는 것만 보이고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멀리 미군부대에서 들리는 사격 소리는 이제 그리 신경에 거슬리지 않는다.

2001.8.16(목)

산에 갔다. 햇빛이 꽤 비추었다. 오르다 보니 뚝하는 소리에 놀라 보니 날씨가 많이 선선해진 듯하여 수건도 가지고 가지 않았으나 그것은 잘못이었다. 그리 덥게 느끼지는 않으나 땀은 꽤 솟아진다. 팔을 보면 땀방울이 송송 달려 있어 징그럽기까지 하다. 매봉 정상에는 나이 든 사람 홀로 있었다. 체조하고 물 한 모금 마시니 역시 상쾌하다. 날씨가 좋으니 앞에 만경봉이 크게 또렷이 보인다. 바위와 휘어진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만경봉 모습은 정말로 보기 좋다. 사진을 찍던가 그림을 그리던가 남기고 싶은 풍경이다. 헬기장과 청계산 쉼터사이의 옆길은 정말 열대우림 지대 같다. 물은 길가로 푹푹 배어 나오고 또 흘러가고, 나뭇잎이 위를 덮어 어둑한 분위기... 관현사 길로 내려가 샘물 3병을 떠 돌아갔다.

8/20(월)

다소 늦게 산에 올랏다. 8월도 늦으막하니 더위도 어느정도 가셨겠다 생각되어 수건을 가지고 가지 않았다. 산 입구에 있는 샘터에서 정상에서 마실 물을 조금 담아 올랐다. 땀이 나기 시작하더니 올 들어 땀이 가장 많이 흘렸다. 손으로 얼굴에 흐르는 땀을 연신 떨어뜨리지 않으면 안되었다. 앞에 오르는 몇 안되는 사람들을 천천히 앞서면서 올랐다. 햇?이 너무 밝고 뜨겁게 내리 쪼였다. 이제는 오직 한길로만 올라가기에 오르는 데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여러가지 다른 생각과 상상을 하며 으로는데 익숙해졌다. 자동으로 오르는듯하다. 매봉 정상에서 또 체조를 하고 왼발, 오른발 앞발차기를 했다. 어느 때처럼. 왼발이 더 잘 올라간다. 오른발이 항상 더 잘 올라갔는데. 원래는 오른 발이 잘되는 것으로 생각되어 왼발차기를 더 열심히 했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남녀가 올라왔다. 젊은남자는 옆에 있는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무엇( 젊음? )을 과시하는 것인가?. 20년 전이면 내가 30 이고 이와 같이 집사람 앞에서 나무에 올라갔었다. 무척이나 높은 나무였다. 별로 먼 과거고 아닌데, 단지 20년인데. 그 사이에 젊음과 늙음(?)으로 갈렸으니...

내려오다 샘터에서 세수를 하니 시원하다. 먼 산골과도 같은 길을 내려왔다. 큰 길에는 햇볕이 따갑게 사정없이 내리조였다...

8/22(수)

아침 일찍 일어나 갔다. 산에 오르니 벌써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다. 몇시에 올라갔단 말인가? 오늘도 덥지만 전보다는 땀이 덜 흐른다.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다. 전번부터 누렇게 익은 도토리도 땅바닥에 보이더니 점점 많아진다. 헬기장에 오르니 긴풀, 짧은 풀이 고운 이슬로 은백색으로 눈부시게 빛나며 예쁘다. 이슬을 만져보니 해가 떠 비추지만 아직 차겁다. 매봉 오르기 전에 또 그 노인을 만났다. 정상에는 안개개 끼어 바로 앞의 만경대가 보이지 않는다. 마치 흰 눈이 내려 사방이 하얀것 것 같다. 체조하고 내려오는 길에도 이슬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後記

2년 전 여름의 45일 연속 산행처럼 오르고 싶었으나 그건 너무 힘든 고행같아 보였다. 그 땐 그렇지 않았었는데. 물론 나중에는 많이 좋아졌다. 나중에는 개나리꼴 산림욕장 쪽으로 오르고 내려오기도 했다. 이곳도 도 나름대로 좋은 곳이다. 오르기 편하고 소나무가 많다. 다만 오솔길에 이상한 이름을 많이도 붙였다. 맨발 길, 임걱정 길, 키스하는곳(뭔가 비슷한 이름이다. 아내와 몇 번 지나가나 여기서...)...

약 15일을 연일 오르고 8월로 넘어가면서 이틀에 한번씩 올랐다. 모두 30회 정도인 셈이다.

그래도 허리가 날씬해지고 몸무게도 많이 빠졌다. 그 때의 영광이 다시 오는 것이다.

그러나 세옹지마인가. 이 해 가을에 허리가 삐끗하더니(한번은 비밀, 두번째는 산 중간 쉼터에서 훌라후푸인가로 허리돌리기를 너무 크게 과하게 하다가), 너무 심하게 오른 것도 문제 된 듯(어떤땐 가파른 계단을 마구 뛰어 올랐갔다. 힘이 넘쳐나는 것 같은...). 하여튼 겨을접어들면서 완전히 허리 환자가 되어 잠도 못잘때도 있고 서 있기도 괴로와 하기도 하고 앉았다 일어날려다 아파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이러니 운동은 더 이상... 해가 지나고 한참 후에 나아졌지만 다시 배는 나오고 몸무게는...(2002.5.29일 후기를 쓰는 지금은 사상 최악. 배는 빵빵하고 오늘 갔다 왔는데 숨이 헉... 내려오는데 다리가 후들.... 언제나 나오는 "아! 옛날이여...")